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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문화

6월 2일 투표 후 조계사로 간다_짧은 후기 첨부

(후기)
투표를 마치고 오후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 다녀왔습니다. 문수 스님께 조의를 표하고 나오는데 수경 스님이 자리에 앉아 계셨습니다. 가슴 속에 내재된 슬픔을 겉으로는 씩씩하게 이겨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인사를 드리면서 손을 잡아드렸습니다.

"스님, 투표를 마치고 오는 길입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릴 예정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기운내십시오."
"어, 그러마. 정권에 있는 사람들은 관심이 없지만 시민 단체 주관으로 주말에 조계사에서 고인을 보내드릴 예정이다. 그 때 올 수 있으면 오거라"

스님 곁에 더 있고 싶었지만 주위에서 주위에 인사드리러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고 지쳐 보여서 바로 나왔습니다. 따가로운 햇살에 하품을 했는지 눈물이 조금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내 눈물샘이 정상적으로 흐를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금 출구조사 결과 보고 희망을 얻었습니다. 오늘 한명숙 서울시장, 유시민 경기도지사 등 야권연대 후보들이 이길수 있도록 끝까지 응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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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
인간이 자신의 몸을 태운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어릴 적,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감명깊게 보지 않았다면 지금도 상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소신공양(燒身-供養): 자신의 몸을 태워 버리는 극한적인 형태로 스스로의 존재를 부처에게 바치는 것이라고 합니다.

퇴근 후 내일 투표일이라는 긴장감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며 간만에 인터넷 검색질을 하다가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문수 스님은 1986년에 출가하여 1998년 중앙승가대 학생회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근년에는 조용히 수행에만 전념한 분이며, 지난 3년간 수행을 정진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산문을 나선 첫날, 그가 한 일이 바로 소신공양이었습니다. 소신공양을 결행하는 문수스님의 결의가 어땠는지는 그의 법구가 낙동강 둔치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수스님은 강물이 바로 옆에 있음에도 거기에 뛰어들지 않았답니다. 이것이 인간에게 가능한 일일까? 스스로의 결의를 시험해 보려 했던 걸까. 생존과 육체적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유혹을 목전에 놓아 둔 채 그것을 이겨냄으로써 진정한 소신공양의 뜻을 이루려고 한 걸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선거일을 불과 이틀 남겨 놓고 소신공양을 결행한 것은 투표 독려 외에 어떠한 심정이나 가르침이 더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수경 스님, 문규현 신부, 천주교 사제단, 그리고 4대강을 지키려는 수 많은 사람들의 외침을 문수 스님이 몰라서 소신공양을 결행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소신공양을 결행하게 된 원인 제공자들은 관심도 없거나 비웃음을 칠 것이 뻔하다는 것을 문수 스님이 몰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문수 스님이 남기신 유언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민주 시민으로서 신성한 권리를 행사한 후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로 찾아가겠습니다. 고인의 넋을 위로하며...

유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채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文殊

oo스님, oo스님
죄송합니다. 후일을 기약
합시다.
文殊(윤00)
-출처: 불교닷컴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