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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문화

복싱, 그리고 복서 이야기

후훗..다들 잘 시간에 혼자 떠드는 독백도 꽤 낭만적이군요. 
삼복더위가 시작된 지 며칠 되었는데 비 때문에 제법 신선한 날씨입니다. 
보고서 쓸 게 있는데 내일 아니 이따가 토요일(7.24)엔 나눔농부 마지막 모임이라 꼭 가야 해서 미리 작업 좀 하다가 여기로 왔네요.

나눔문화 자유게시판을 보면 정치, 외교, 사회, 철학, 종교, 문화 등의 시사적인 이슈들이 많이 차지하네요. 개인적으로도 갑자기 떠오른 아이콘, 쾌남본좌로 우리에게 다가운 용석 형님이나 이와 관련한 언론 미디어 종편 문제, 블랙리스트 등 관련하여 쓰고 싶은 주제는 매우 많지만.. 한편으론 가끔 일상적인 경험이나 소소한 생각들도 자유게시판에서 많이 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좀 부끄럽지만 제 경험과 생각을 중심으로 복서(Boxer)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언젠가는 정리하여 쓰고 싶었던 글이었으나 지금 꼭 쓰고 싶어졌네요. 이유는 글 말미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본론으로 들어갈께요.
'복싱'하면 무엇이 먼저 연상 되나요? 다이어트, 줄넘기, 싸움, 듣보잡 스포츠, 챔피언, 가난, 땀, 열정, 한화 회장, 등등.. 

자, 그럼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열해 보겠습니다.

#1 ROCKY Mania

http://www.youtube.com/watch?v=bYLbASoecyc&feature=related
록키 영상을 최대한 압축한 영상물이기도 하며, Elton John이 선사한 'The Measure of Man' 입니다.

1976년 록키1 부터 2007년 록키 발보아까지. 저는 록키 영화의 매니아입니다. 
학창시절 때는 주로 (마이클 조던과 슬램덩크 땜시) 농구를 즐겨 했었지만 대학에 와서는 운동은 담 쌓고 지냈었습니다. 남들이 운동한다고 하면 보통 헬스를 많이 이야기 하던데 저한테는 쵸콜릿 복근은 별로 관심 사항이 아니었거든요. 그러던 2006년 어느 여름 이맘 때즘, 우연히 어릴 적에 제대로 보지 않았던 옛날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두둥~ 두둥~ 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무언가 끌어오르는 벅찬 감정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복싱 경기 자체보다도 록키(Rocky)와 에이드리언(Adrian) 그 둘이 사랑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의 영상을 보면 아시겠지만 1976년에 만들어진 그 둘의 사랑은 매우 촌스러우면서도 어떤 로맨스보다 제 가슴 속을 후벼 파더군요. 아~ 록키 이야기만 갖고도 책 1권은 후딱 쓸 수 있을 정도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복싱을 시작하게 된 동기까지만 적겠습니다. 

#2 Amateur Boxer

복싱이란 운동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혹시 복싱을 좋아하면 격투기 같은 운동도 좋아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절대 관심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복싱은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자신을 이기기 위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싱의 기술은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 위빙 정도 밖에 없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자기 체급에 맞는 아마추어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국대회 아마추어 대회를 준비할 때는 실전 스파링을 많이 합니다. 평상시는 친절한 코치도 실전 스파링 때는 코피 나도록 절대 봐주지 않습니다.(개인적인 경험임을 재차 강조^^;) 시합을 앞두고는 혹독한 훈련이 끝난 후에는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바로 사우나에 갑니다. 체중감량을 위해서이죠. 1kg이 더이상 빠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개체량 통과를 해야 시합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이 때 제일 생각나는 음식은?.. '콜라 한잔' 입니다. 이렇게 운동하는 매 순간은 고통스럽습니다. 매일 한계에 부딪혀 숨이 넘어갈 것 같지만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통을 이기는 순간은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3 professional boxer

하지만 위의 이야기는 일개 아마추어의 내용입니다. 학생, 직장인, 백수, 주부 등 일반인들은 본업을 따로 하면서 취미로 하는 게 보통입니다. 힘들면 안하면 되고 복싱을 해서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표는 허상일 뿐이죠. 대부분의 복싱장은 시설이 좁고 냄새나는 매우 열악한 환경에 있습니다. 그나마 복싱에 '다이어트' 상표를 붙여 회원들을 더 모집하여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비좁은 틈 속에 프로 선수들이 있습니다. 프로의 세계는 프로들만이 알겠지요. 그 중에 한 분인 현재의 윤석현 관장님을 소개합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챔피언, 동양챔피언을 따냈고 작년에는 코리안 콘덴더 최초 챔프에 등록하신 분입니다. 아마추어 대회를 끝으로 복싱을 그만둔 지 거의 2년만에 3주 전부터 다시 시작하였는데 이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찾아가 인사를 드릴 때는 침을 많이 튀기셔서 그냥 집에서 더 가깝고 시설 좋은 곳에 가려고 했지만 단순히 그가 챔프 경력을 갖아서가 아니라 성실하고 따듯한 마음씨, 그리고 훈련시킬 때는 매서운 눈초리를 갖으신 관장님의 포스에 끌리게 되었답니다. 저에겐 Micky 관장과도 같은 존경하는 분입니다. 

http://asx.kbs.co.kr/player.html?kind=56&url=1tv$people$020815.asf&title=&no_logon=0&&starttime=&endtime=
2002년 당시 31살이신 관장님이 '피플 세상속으로' 출연 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꼭 봐주시기 바라지만, KBS 로그인이 없으면 곤란합니다.) 

눈물 나지요?...ㅜㅜ

#4 unfortunately professional boxer 

이제 긴 이야기의 끝을 맺을 때가 왔네요. 
과거 7~80년대 TV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지 않던 시절에 가장 인기있던 스포츠였던 복싱은 지금 없습니다. 
프로가 아닌 프로들이 득실한 현실. 위험하고 힘든 속에서도 이제 우리 나라에선 프로가 되어도 돈을 벌 생각도 하기 힘든 이 운동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프로선수가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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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한국 타이틀 결정전에서 8R TKO패를 당한 배기석 선수가 뇌수술을 한후 혼수상태로 있다가 결국 7월 21일 새벽 4시에 운명을 하였다고 합니다.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떠난 배기석 선수..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과 싸웠길래, 자신을 내던졌길래 목숨을 잃어버렸을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