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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아프리카/이집트

아스완에서 수단 비자 신청하고 아부심벨을 가다

# 아스완에서 수단 비자 신청


아스완에 도착한 시각은 예정보다 2시간 늦은 오후 3시. 아스완은 룩소르처럼 싼 호스텔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숙소 사정이 좋지 않아 그나마 싼 호텔로 예약했었다.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주위를 돌아보려고 밖을 나서니 해가 나일강 서쪽으로 지고 있었다. 오후 5시 무렵이면 해가 이미 기울고 황급히 밤이 찾아온다. 








아스완에서 보고 싶은 명소는 아부심벨 뿐이여서 투어가 있는지 물어봤는데 110 파운드라고 한다. 아부심벨은 아스완에서 남부로 약 2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투어가 불가피하였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으로 미뤘다. 아스완에 와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수단 비자를 신청하는 것. 비자 신청은 요일에 따라 며칠이 더 소요될 수도 있기에 가급적 먼저 하는게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다.


카이로에서 에티오피아 비자 신청할 때도 느꼈지만 비자 신청 기관을 검색하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통 비자 승인 업무를 대사관에서 하지만 수단의 경우 Sudan consulate라고 쳐야 찾을 수 있다. 아스완에는 수단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수단 Consulate가 기차역 기준으로 4km 가량 떨어져 있는데 maps.me 지도앱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택시로 편하게 갈 수도 있지만 나는 마이크로 버스를 선택했다. 아스완 기차역을 기준으로 나일강 방향으로 나가면 큰 도로가 나오는데 거기에서 나일강을 따라 직진해서 가는 버스와 좌측 도시로 꺾는 버스가 있어 직진해서 간다고 알려주면 드라이버가 이해할 수 있다. 1파운드 가격으로 지도앱을 확인하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단 비자를 당일날 오전에 신청하면 한 시간 뒤에 찾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내가 간 날에는 신청자가 많았는지 당일에 발급되지 않았다. 내가 수단 비자를 신청할 당시는 화요일로 다음 날 수요일은 쉬는 날이라 목요일에 찾으러 오라고 하였다. 비자 발급 비용은 50$에 2개월 유효. (모스크 탑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남은 시간에 수단으로 가는 버스도 알아봤는데 수도 카르툼까지 380 파운드. 아스완에는 은행도 있지만 달러 환전 시 환전소가 더 유리하다고 하여 환전소를 찾아갔다. 기차역에서 법원이 있는 new street까지 길게 시장이 있어 구경거리, 먹거리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긴 탑이 있는 모스크에서 가까운 위치에 환전소에서 돈을 찾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투어를 신청했다.



# 아스완의 심장, 아부심벨


투어 일정은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아침에 도착하여 2시간 가량 돌아본 뒤 오후 2시까지 숙소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 하도 당하거나 실수를 해버린 탓에 버스 가격이나 투어 가격도 신중하게 다른 루트로도 알아봐서 적정가격인지 확인한 후에야 마음을 놓이게 된다. 호텔에 내일 투어를 간다고 하면 새벽에 깨워주고 아침을 미리 도시락 형태로 포장해준다.


다음날 새벽 3시 30분경 로비로 나오니 한국인 두 명이 투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여기서 묵은 건 아니고 공항에서 바로 왔는데 투어만 이 곳에서 마치고 나일강 크루즈를 이용하여 룩소르로 간다고 말한다. 함께 버스에 올라탔는데 다른 한국인 또는 중국인 등 아스완에서 며칠간 지내면서 보지 못한 여행객들이 이 곳에 모두 모여있는 듯 보였다.


아부심벨은 대신전과 소신전으로 나뉘며, 대신전은 람세스 2세 자신을 모델로 만든 20m의 좌상과 60m 암벽을 깎아 만든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인 유적이다. 아부심벨의 웅장한 모습에 입구부터 감탄을 금할 수 없지만 브론즈로 만든 열쇠가 있는 문을 통과하면 람세스 2세가 이집트를 통일시키는 과정에서 승리 과정을 묘사한 내부 벽화의 섬세함에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대신전 옆에 위치한 소신전은 규모가 작고, 내부 기둥에 왕비에 대한 이야기가 새겨져 있는게 차이점이다. 아부심벨에는 람세스, 아몬레, 라호라크티, 프타하 등 4개의 신상이 있는데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어두운 내부에 놓여있지만 아침 해가 뜰 때 어둠의 신 프타하을 제외한 나머지 신상만 비치도록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만들었다는 데에 있다. 




아부심벨 투어가 보통 이른 아침 새벽에 맞추어 서두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스완 댐 건설 영향으로 수몰 위기에 처한 적도 있지만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아부심벨 통채로 이전하여 현재 이집트 남부 최대 볼거리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며, 아부심벨 주변 상인들의 유혹만 잘 견디면 후회하지 않을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부심벨 투어를 마칠 때 자연스레 한국인 여행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카이로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2주간 휴가로 이집트에 왔다는 어느 덩치 큰 사람은 이집트 다합에서 요르단 페트라를 투어로 다녀왔는데 아부심벨이나 다른 이집트 명소보다 자기에겐 제일 좋았다고 한다. 


# 아스완을 떠나기 전날 밤


다시 아스완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면 수단에 내려갈 예정인데 이집트 다합과 요르단 페트라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기로 했다. 다합은 세계 최고의 다이빙 명소로 알고 있었으며, 전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다합에서 요르단까지 매우 가까우며, 전혀 생각지 않은 다이빙의 세계에 대해서도 조금씩 관심이 생기면서 갑자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몇 시간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날 일어나서 마음이 가는대로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목요일 오전에 결정을 내리고 마음이 한결 편해짐을 느꼈다. 일단 여권을 받으려 수단 consulate에 다시 다녀오고 오후에는 환전소에 들려 이집트 돈을 추가로 마련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아스완에서 카이로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