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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아프리카/이집트

무언가 자꾸 꼬여가만 가는 느낌

2015. 12.2 ~ 12.16 이집트 여행


# 3. 무언가 자꾸 꼬여져만 가는 느낌


이집트 박물관, 미이라의 후손들은 보존 관리가 허술한 편


다음 날 오전까지 푹 쉬다보니 오전에 이집트 박물관을 다녀올 계획은 미뤄야 했다. 비자 신청한 여권을 받기 위해서는 오후 2시까지 다시 에티오피아 대사관을 찾아갸야 했고 재빨리 돌아와도 이집트 박물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3시 30분 경. 빨리 들어오라는 손짓에 언제 닫냐고 물어보니 오후 5시에 폐관한다고 하였다. 


피카소 미술관처럼 늦게 방문한 여행객에게 할인해주는 상상은 이집트에선 필요가 없다. 똑같은 가격이지만 학생의 경우 50% 할인이 되니 국제학생증이 있거나 졸업을 하였어도 학생증이 있으면 여행할 때 미리 준비하는게 좋다. 나는 졸업한 지 10년이 되어가지만 여행을 떠나기 전 만든 도서관 출입증 하나로 요긴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간혹 국제학생증 형태가 아니면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 실제 한국에서 쓰는 학생증이라고 우시는 편. 그래도 안 되면 여행객 중 이집션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면 쉽게 도와준다. 간혹 팁을 요구하면 5 파운드 정도 줘도 학생 할인을 받으면 절대 유리하니 명심할 것. 이집트 박물관 입장료는 75 파운드(학생 기준). 내부 미라 전시관은 100 파운드 추가.


일단 오후 5시까지 관람 시간이 부족하니 미라는 제외. 드디어 투탕카멘의 무덤을 비롯한 각종 무덤과 보물, 이집트 유물 등을 내 눈으로 보게 되는데 왠지 볼수록 허술하게 방치한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1층부터 2층까지 관람하다보니 1시간은 훌쩍 지나는데 오후 4시 30분이 되어 나가라는 소리가 들렸다. 오후 5시는 정문을 닫는 최종 시간이라나 뭐라나...









룩소르행 슬리핑 기차 예약


그렇게 대충 훓어보고 이집트 박물관을 나오니 해가 이미 저물었다. 오후 4시 이후는 대부분의 관광 명소는 문을 닫는 편이라 이집트 관광을 제대로 하려면 아침부터 서두르는 게 좋다. 이미 저녁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 람세스 역이라고도 불리는 알 하라라 역으로 이동했다. 



다음 장소는 룩소르로 정했다. 보통 한국 여행객들은 룩소르에서 3시간 아래 남쪽으로 떨어진 아스완까지 내려가서 유람선을 타고 나일강을 따라 룩소르에 도착해서 관광을 마치고 카이로에 돌아오는게 일반적. 하지만 나는 아스완에서 수단으로 내려가기 위해 룩소르를 먼저 선택. 교통편은 버스와 기차가 있는데 장시간 이동에 좀 더 편한 기차를 선택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정보를 잘못 전해들었다. 기차 좌석에도 등급이 있는데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이집션들과 달리 슬리핑 열차만 이용해야만 한다고 전해들었기 때문. 슬리핑 열차 가격은 무려 100$. 저녁과 아침이 포함되어 있고 밤에 편히 누워 잘 수 있다고는 하지만 내 생각에는 너무 비싸 보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른 좌석을 구하려고 현지인들에게 물어봤지만 슬리핑 열차가 있는 11번 플랫폼으로 가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슬리핑 열차 티켓 창구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 썰렁한 편. 카이로에서 룩소르나 아스완 모두 100$의 똑같은 가격을 받는게 황당. 버스 티켓을 알아볼까 했지만 버스 정류장이 어디 있는지 물어봐도 다들 모르는 눈치. 



그래서 차라리 찢어져서 환전소에서 쓰레기 취급을 받는 100$ 지폐를 이 때 쓰기로 마음 먹었는데 이것도 받지를 않는다.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주위 5성급 호텔에 가서 지폐를 교환할 수 있다는 팁을 얻어 결국 숙소 근처 큰 규모의 호텔로 이동. 호텔에는 달러를 이집션 화폐로 환전해주는 ATM 기계가 구비되어 있다고 알려준다. 


호텔 직원이 세심하게 찢어진 부분을 테입으로 붙여준 덕인지 몇 번의 시도 끝에 이집트 화폐로 환전에 성공. 도움을 준 호텔 직원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함께 기뻐했다. 정말 아쉬운 점은 이럴 때 다른 좌석을 살 수 있거나 버스 정류장을 숙소에서 알아보면 될 것을 너무 기쁨에 도취한 나머지 슬리핑 열차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는데 있다. 



셋째 날 오전에는 숙소를 좀 더 싼데로 이동하다보니 기자 피라미드를 다녀오기는 애매한 시간대라 내일로 기약하고 오후에는 한국 식당과 케냐 대사관이 위치한 마디(Maadi) 역으로 향했다. 케냐 비자는 에티오피아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주요 목적은 한국 식당. 사실 한국 음식이 매우 땡기진 않았지만 지역 탐방 및 막상 가면 먹고 싶기도 할 것 같아 이동. 



지하철 역에 내리니 한국인 아주머니가 보여 한국어로 인사를 드리는데 영어로 대답하시면서 경계를 하신다. 그저 길만 물어봤으니 걱정말라며 역을 빠져나오는데 내 있는 쪽으로 나와 걸어가긴 무리라며 버스를 타고 가라고 조언을 해주신다. 지도 상으로는 2km 정도에 있는 것 같고 버스 타기도 아직은 쉽지 않으니 일단 난 걷기로 했다. 


방향도 단순하고 다운타운처럼 차나 사람이 많지 않은 동네들을 지나쳐 오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위는 번잡하거나 시끄럽지 않은 조용하면서도 값비싼 상점들이 몰려 있었고 그 가운데 어느 한국식당이 보여 가격만 알아보러 갔다가 결국 김치찌개를 시켜버렸다. 85 파운드의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오랜만에 한국 반찬과 함께 얼큰한 김치찌개에 밥을 하나 더 시켜버렸다. 



해가 저물 때즘 길을 나와 왔던 길을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 슬리핑 열차 예매를 마치기 위해 알 하라라 역에 내렸다. 어제 기차역 여기저기를 물어 다녔으니 방향도 익숙하고 돈도 준비되었으니 막상 예매한 시간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미리 예매를 마쳤기에 내일 밤 어디로 떠나야 할 지 계획도 분명해져서 후련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교통수단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턱없이 비싼 가격에 슬리핑 열차를 이용한 것은 두고두고 후회에 남았다. 바가지 씌운 건 아니지만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왜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는지 자신을 채찍질 하기도 했다. 물론 슬리핑 열차도 이용을 해봐야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기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판단한 점도 있다. 


김치찌개에 밥 두공기를 먹은 지 다섯 시간이 지난 오후 8시 경 로컬 식당에 가서 피자와 라이스로 늦은 저녁을 대신했다. 제법 싼 가격에 맛도 훌륭한 편이지만 물 음료에 서비스차지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 당할 내가 이니다. 하지만 진짜 바가지 씌우는 경험을 내일 할 줄은 전혀 예상도 못한 채 셋째 날도 그렇게 마무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