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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아시아/인도

(1/2) 인도의 정신적 고향, 바라나시에서 환상을 버리다

# 최근 인도의 무더위는 심각할 지경


요새 인도는 아침에 32도로 시작해서 한낮에 50도까지 올라가 최근 일주일 사이 6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주로 극빈층에 해당하겠지만 정말 살인적인 무더위가 무차별적으로 계속 진행중이다. 나 역시 피곤하여도 무더위에 며칠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라나시 기록을 시작한다.



 인도 우따르 쁘라데쉬 주 바라나시로 이동


# 가야에서 다음 기차표를 예약 


보드가야에서 가야역으로 이동하는데 약 40분 걸린다. 도착하니 7시 이전. 바라나시 행 기차 출발 시각은 9시 15분으로 약 2시간 정도 남았다. 짜이를 마시며 약간의 여유를 가지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한다. 인도 기차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바라나시 다음 행선지 기차표를 미리 예약하는 것. 한번 경험이 있었다고 이번에는 보다 빨리 예약을 완료했다.


먼저 지도를 보고 큰 동선을 그린다. 네팔 추가 지진 여파 등으로 가지 않기로 함에 따라 다음 행선지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행선지와 관련된 기차 고유번호와 이름을 알아내는 것. 지난 번과 달리 창구에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직원에게 직접 문의하였다. 그 다음 바라나시에서 얼마나 있을 지 예상하고 날짜를 기입. 그렇게 예약을 완료하고 나니 한 시간 정도 걸렸다. 


다만 바라나시에서 다음 행선지를 5일 전에 예약했음에도 대기표를 살 수밖에 없었다. 행선지 관련 모든 기차의 고정 좌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요 도시에서는 고정 좌석표를 얻기 더욱 어렵다. 하지만 (바라나시 포함) 주요 도시 기차역에는 외국인 전용 티켓 예매소가 별도 있기도 하다. 외국인 전용 창구이면서도 외국인에게 쿼터(Quato)를 할당하여 현지인보다 유리하게 좌석 티켓을 구할 수 있다. 


바라나시 행 기차를 타고 새벽 2시가 넘어 무사하게 내렸다. 한시간 내외 잠을 청하기 했지만 피곤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까지 기차역 내에서 버티기로 작정. 새벽시간에도 워낙 사람들 이동이 많아서이지 릭샤 기사들이 나를 향하지만 애써 외면한다. 몇 번의 이동 끝에 혼자 의자를 독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발견. 그래도 배낭을 자물쇠에 걸어두고 그제서야 눈을 붙인다.   



새벽이 조금 넘은 아침 청소원이 나를 깨운다. 눈을 간신히 뜨고 1시간 동안 멍 때리기를 시작하다가 8시를 확인하고 외국인 전용 티켓 예매소로 들어간다. 어제 가야역에서 예매한 대기표를 반환하고 새로 표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편하게 앉아서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맞으면서 다음 행선지 기차표를 확실히 얻고 나서야 가벼운 마음으로 역을 나선다. 


# 바라나시, 신들의 고향이자 인도의 정신적 고향으로 불리는 이유를 강가와 가트에서 찾다


사이클 릭샤 기사와 선 협상 후 게스트하우스로 이동한다. 숙소 가격이 생각보다 싼 편이라 4일치를 미리 내었다. 이제 배낭도 놓고 긴장도 살짝 풀며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하며 피로를 푼다. 내가 묵은 숙소는 아시 가트라 불리는 다른 가트와는 달리 평온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에 있다. 보통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고돌리아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갠지스 강을 따라 형성된 강가(Ganga)와 가트(Ghat)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매우 더운 대낮이었지만 발걸음을 재촉한다. 갠지스 강가와 맞닿아 있는 계단이나 비탈면이란 의미의 가트가 구역마다 형성되어 있다. 낮에는 뜨거운 햇볕에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저녁 7시부터 본격적으로 가트에 나와 더위를 식히거나 매일 열리는 힌두 의식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 


강물은 우리 기준으로 깨끗한 편은 아니지만 죄업을 씻기 위한 종교적 목적으로 신성시하여 아이부터 노인까지 목욕이나 수영을 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가트마다 쉬바 신, 브라마 신, 두르가 여신 등 힌두 신들을 모시는 특성이 제각기 있으며, 빤치강가 가트라 불리는 곳에서는 모스크를 볼 수도 있는 등 가트 단위로 구역별 특성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마니까르니까 가트는 바라나시에서 가장 큰 화장터로 유명하다. 청년들이 ‘람람 싸드 야헤’를 외치며 아침부터 밤까지 시체를 이 곳으로 운반하여 화장을 거행한다. 화장터 또는 주변에서 이 곳을 향해 절대 사진을 찍지 말아야 한다. 사정물정 모르는 외국인이라 할 지라도 경찰서로 직행하거나 주변 동네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달라는 명목으로 거액의 합의금을 물리기 싫다면 말이다. 


저녁 6시부터 2시간 가량 보트를 타고 갠지스강을 따라 다양한 가트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샤스와메드 가트라 불리는 곳에서는 7시 경 대나무 우산이 펼쳐진 무대 위에서 힌두 행사 의식을 치르는 뿌자바바를 볼 수 있다. 디아라고 불리는 강가에 작은 불꽃을 강물에 띄워 소원을 빌기도 하였다.


# 바라나시, 가이드북에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야기


바라나시는 인도인들에게 신성시되는 곳으로 외국인뿐만 아니라 많은 현지인들도 방문한다. 하지만 힌두교를 믿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바라나시를 알기에 시간이 짧아서일까? 바라나시 주변 방문까지 염두하긴 했지만 나름 여유있게 보려고 4박 5일 동안 이 곳에 머물면서 지켜봤지만 그렇게 특별한 매력을 찾기는 어려웠다. 


일단 이 곳 도시 분위기는 인도의 다른 도시와 별반 다를게 없지만 한편으로 무언가 다른 특색들이 있다. 강가와 가트를 따라 미로처럼 형성된 골목길을 잘못 들어서는 경우 자칫 길을 헤매기 쉽다. 또한 도로나 골목길에는 소들이 그렇게 많다. 염소, 도룡뇽, 원숭이, 쥐 등 다른 동물들도 있지만 소가 많다는 것은 길 곳곳에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많다는 뜻. 그래서 밤에 가트 주변을 맴돌다가 숙소가 멀거나 제법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경우 혼자 다니기 위험하다.   




하지만 더욱 위험한 요소는 따로 있다. 바라나시는 비단 실크 제작으로도 유명한 도시이다. 골목 곳곳에 비단 의상을 제작하는 상인들이 매우 많이 형성되어 있다. 이를 구입하려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직접 바라나시로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구입의사가 없는 나와 같은 여행자의 경우 제법 피곤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구입의사가 없음을 확실하게 표명하면 된다. 


여행자를 친근한 미소로 접근하는 몇몇 현지인들의 목적은 결국 돈. 그들은 은밀하게 마리화나(한화가 아니다) 거래를 요구한다. 나의 경우 겉으로는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히 거절 의사를 표현했다. 해외에 나와서 이런 것을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겠지만 나의 경우 고산지대에서 호흡이 문제될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굳이 마리화나를 불법적으로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뿐이다. 밤에 잘 때 더위를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 살짝 호기심이 들 법도 하겠지만 나의 관심사는 한국의 마리한화에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