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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아시아/인도

1. 인도 콜카타에서 맞이한 충격의 첫 신고식

인도, 콜카타에서 맞이한 충격의 신고식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부터 도착할 때까지 인도인들 사이 홀로 다닌 심정은 ‘시작부터 참 어렵다’는 것. 당당하게 새치기하고 기내에서는 다들 왜 그리 시끄럽고 가만히 있지 못한지. 


3시간 넘어 비행한 끝에 공항에 내려 짐을 찾고 ATM에서 돈을 찾고 담배도 피려 자연스레 밖에 나갔다. 12시가 넘은 밤의 콜카타는 습하고 더웠다. 작은 단위 돈 환전용으로 건너편에 위치한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TEA STALL에서 인도 티를 마셨다. 10루피 밖에 안하는 양은 적지만 맛은 썩 좋다. 그런데 택시 안 타냐고 종용하는 사람들은 무시하면 그만인데 그냥 쳐다보는 인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이제 핸드폰 충전도 하고 화장실도 갈 겸 공항 문으로 들어오려는데 총을 찬 군인들이 막는다. 한번 나가면 들어오지 

못하는게 이 곳 룰이란다. 그렇다고 무작정 택시타고 시내로 가기는 소용이 없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11시 이전에 문을 닫기 때문이다. 결국 돌고 돌아 다른 군인들 사이로 겨우 들어왔다. 공항 안에 있어 좋은 점은 시원하고 화장실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 반면에 밖에 나가는게 (나가면 못 들어오는 규칙으로) 불가능하며 와이파이 이용이 불가한 게 단점. 



나와 같은 처지의 중국인 여자를 만나 함께 서로의 짐을 지키며 교대로 눈을 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목적지도 비슷하여 아침에 함께 버스를 타고 서더 스트리트까지 동행했다. 버스를 탈 때도 참 과간이었다. 인도 공항에는 프리페이드 택시 제도가 있어 외국인이 선불로 정해진 가격에 택시를 이용하기 쉬운 편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지하철과 버스를 고민하다가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낫다고 하여 공항 옆 버스 스탠드로 이동했다. 아침 6시에 나와 7시 15분에 첫차가 있다고 하여 여유롭게 버스를 기다렸다. 하지만.. 결국 탑승한 시각은 8시 15분.


버스로 목적지까지 20분 정도 걸린다고 들었지만 실제 도착하니 1시간 정도 걸렸다.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인도인들이 아침에 어떻게 일상을 보내는지 엿볼 수 있었다. 러시아워에 출근하려고 바삐 움직이는 모습, 인도 특유의 거리 풍경을 신비롭게 바라보면서도 왜 이리 경적소리는 시끄럽게 서로들 울려대는지, 자리 안쪽으로 양보해서 앉지 않는 고집 등 아직 이해되지 않은 부분들도 함께 보였다. 피곤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참을만 했다. 


버스에 내려 서더스트리트까지 걸어가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다녔다. 그런데 더운 날씨보다도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적소리와 외국인에게 거침없이 말을 걸어 피곤함과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숙소 상인들, 택시 및 사이클/오토 릭샤, 인력거, 그냥 지나가는 인도인들, 그리고 돈을 달라는 가난한 사람들 모두 계속 말을 건다. 도로 사이는 택시와 사이클/오토 릭샤, 오토바이, 인력거 등이 경적소리를 계속 눌러대며 다니고 양 사이드를 위험천만하게 사람들이 태연하게도 걸어간다. 한국 남대문 시장 오토바이 상인들은 정말 양반이었다. 인도 콜카타에서는 사람보다 차가 우선인 거 같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많이 지쳤다.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숙소는 거의 없다. 한 곳이 있었지만 이미 찬 상태. 결국 싼 가격의 싱글룸을 선택하여 짐을 풀고 씻기 전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일들을 찾아 나섰다. 첫번째는 여권 사본 복사. 숙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인도 숙소에서는 체크아웃할 때도 다음 행선지를 일러두어야 할 정도로 까다롭게 요구한다. 내 숙소에서는 보관용으로 사본을 요구하여 복사할 곳을 찾아야 했다. 


다음 일은 크린랩을 사는 것. 태국 치앙라이에서 묵은 숙소에서 아주머니가 샤워 전 크린랩을 상처부위에 싸주었기에 사둘 필요가 없었지만 인도에서 이렇게 개고생할 줄 알았으면 미리 사둘 걸 후회한다. 일반 슈퍼에서는 없고, 약국에 가보라고 한다. 약국에 가면 없다. 그런데 저 옆으로 가보란다. 가보니 없다. 거기에서 다른 쪽으로 가보라고 한다. 가보니 없다. 1시간을 헤맸지만 결국 포기해야만 했다. 인도인들이 알려주는 정보 가운데는 거짓이 많다. 그들은 제대로 몰라도 자신있게 말한다. 다음 날 아침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가려고 위치를 물어봤는데 걸어서 5분 거리라고 말하지만 실제는 1시간 이상 걸어야 했다. 


하지만 나를 가장 짜증나게 만든 건 누군가 갑자기 옆에 와서 호의를 베푸는 듯하면서 어떤 의도인지 정도를 넘어설 때이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아 유심카드 가격 정보를 알려고 물어보는데 옆에 누가 와서 도와주는 척하면서 계속 가지 않고 말을 건다. 내가 이제 됐으니 가라고 여러번 말해도 무슨 커미션을 받으려고 하는지 끝까지 가지 않는 녀석. 정말 피곤하고 덥고 짜증스러웠고 화가 났다. 문득 친구가 ‘너무 튀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건네준 말이 떠오른다. 왜 이 곳에 왔을까?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다. 인도 커리를 처음 맛 보면서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맛은 괜찮았지만 너무 피곤했다. 얼른 자고 싶었지만 밤에 못 잘까 글도 쓰고 유심카드를 사러 가기도 했다. 화장실 겸 샤워대는 너무 더러워서 씻기도 힘들었다. 그래도씻으니 약간 여유가 돌아왔다. 그래도 이틀을 제대로 못잔 탓인지 머리가 너무 아팠다. 저녁에 공항에서 만나 서더 스트리트까지 동행한 중국인 친구와 맥주 한 잔 하기로 했다. 맥주는 특정 스토어에서만 한 병 단위로 판매한다. BAR나 PUB가 몇 군데 보이지만 외국인들에게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병만 사들고 조용한 골목 계단 아래에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서로를 달랬다. 맥주 두 병만 마시고 왔는데 피곤했는지 잘 때 몸을 구부린 채로 그대로 뻗었다. 참으로 너무 길고 힘들었던 충격의 인도 신고식을 치룬 하루가 그렇게 마감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