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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아시아/방글라데시

4. 제2의 아마존 정글 숲, 순다르반을 여행하다

# 쿨나행 버스를 타다


내가 다음 행선지를 고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동선의 반복을 최대한 줄이는데 있다. 예정대로라면 5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그래서 순다르반이다. 하지만 어떻게 가야할지 여행 상품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한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한인 숙소에서 보충한 것은 음식뿐만이 아니다. 바로 여행 정보! 


순다르반 상품과 관련된 대표적인 여행사들을 찾아보니 3~5일 코스로 다카에서 출발하여 다카로 돌아오는 비슷한 구성을 지닌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순다르반을 선택한 이유는 방글라데시에서의 최종 목적지 콜카타와 인접한 국경 지대로 가기 위한 것. 똑같은 상품을 신청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순다르반 투어와 관련된 세부 일정(지역명, 가는 방법 등)을 확인하여 나홀로 찾아갈 수 밖에. 찾아낸 여행사들 주소가 마침 신도심(Modern Dhaka)에 있으니 가까운 곳부터 2~3곳만 들려서 문의를 하고 가기로 했다.  



처음 찾아간 곳은 도보로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웹싸이트에 기재된 주소대로 정확히 찾아갔는데 해당 여행사는 없었다. 하하하. 이 정도야 뭐. 리스트도 5개 정도 뽑아 놨으니 이제 걸어가긴 제법 먼 다음으로 가까운 여행사를 찾아가기 위해 사이클 릭샤를 잡는다. 전날까지 비가 많이 온 관계로 도로 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지만 릭샤 드라이버 역시 주소를 물어가며 간신히 근처에 도착했다. 근처에 도착했다는 것은 정확한 주소를 결국 알아내지 못했다는 의미. 이제 남은 건 무식하게라도 밀어부치는 것. 


다시 배낭을 메고 주위 지리를 살핀다. 제법 큰 쇼핑몰 건물을 중심으로 사거리가 크게 형성된 곳에 환전소(Money Exchange)들이 곳곳이 보인다. 환전소가 있다면 외국인들이 주로 찾을 가능성이 있을 테니 그 곳에 가면 여행사가..? 

있었다. 순다르반 정보를 얻으려 왔다고 하니 잘 찾아왔다며 들어와서 기다리라고 한다. 베낭을 내려놓고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가로지르는 사무실 뒤편에 앉았다.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 옆인데 이미 다른 이들과 이야기 중이라 기다리기로 했다. 당장 얻은 것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바로 찾을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다른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맞다고 하였지만 Miscommunication. 고객으로 보이는 사람들 모두 같은 여행사 직원인데 에어 티켓팅을 놓고 여러 군데 전화하며 알아보는 중이었던 것. 어쨌든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업무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무슨 일 때문에 왔냐고 두 시간만에 물어봐 주어서 그나마 알게 되었다. 그들도 내가 왜 앉아 있나 싶었던 것. 말단 직원의 서툰 영어가 부른 결과이지만 우리 모두 웃는다. 이 여행사에서는 순다르반 여행 상품을 취급하지 않지만 그 곳을 가기 위한 버스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제 그들이 알려준 주소에 적힌 버스 터미널로 찾아가서 쿨나행 버스를 끊는다. 쿨나는 국경지대 베나폴(Benapole)과 다카 중간 아래에 외치한 지역으로 순다르반으로 가기 위해서 지나가야 하는 가장 빠른 코스이며, 다시 국경지대로 돌아가기 위해 들려야 하는 곳. 7시 30분에 도착하여 8시 30분 버스 티켓을 끊어놓았다. 도착은 아침 6시라고 말했지만 실제 7시가 넘었다. 내 옆자리에 유일하게 코를 거는 녀석 때문에 잠을 거의 못잔 것 빼놓고는 큰 무리 없이 쿨나에 도착. 


# 몽글라행 버스를 타다


도착하자마자 다음 행선지 몽글라(Mongla) 버스를 찾는다. 동행한 버스 직원이 위치를 알려준다. 그리고 방글라데시 티도 사주었다. 내가 사겠다고 하는데도 괜찮다며 웃으며 바로 일을 하러 간다. 몽글라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리지만 버스는 마을버스보다 조금 큰 정도. 시골의 한적한 풍경과 사람사는 모습들 사이로 아침 바람을 상쾌하게 가른다.    



몽글라에 도착하니 아침 9시 30분 정도. 바로 옆에 호텔이 보였지만 일단 배 노선을 확인하는게 우선. 나와 같은 1인 고객이 귀한지 먼저 데려가려 야단. 결국 영어를 제법 하는 분에게 설명을 듣는다. 가격이 생각보다 컸다. 하루 일정에 배를 빌리고 정글에 들어가기 위한 입장료, 허가증, 보디가드 비용 등 합치니 15만원(한국에서야 큰 돈 아닐지라도 여기서는 매우 큰 돈)이 가까이 나온다. 아직 아침이지만 전날 잠을 거의 자지 못해 피곤이 밀려온다.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여 오후에 다시 들리겠다고 하고 나와 호텔로 직행. 


베낭을 놓고 샤워를 마치고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그렇게 단잠을 청하고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순다르반 투어 적정가격을 호텔 관계자와 다른 손님들에게 미리 물어본 정보를 갖고 나왔다. 손님이 알려준 다른 배 매니저 명함카드를 갖고 영어가 되는 사람을 찾아 물어본다. 다행히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도와주어 초기 가격을 깎아 10만원 선에서 마무리 했다. 어차피 1인이 배를 빌리는 것 자체가 조금 무리가 있었지만 늦은 저녁 다른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선택한 최선. 또한, 영어에 능통하여 도와준 사람이 순다르반 투어 가이드를 하는 베테랑인데 나를 선심성의껏 도와주고 내일도 같이 동행해주겠단다. 추가 돈은 필요 없다고 하였지만 두둑한 팁으로 보상을 했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호텔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한다. 


# 순다르반, 세계 최대의 맹그로브 숲이자 제2의 아마존 정글 속을 탐험하다


새벽 6시까지 체크아웃을 마치고 가이드 일행을 만났다. 아침거리를 사들고 바로 배에 탑승. 오늘 투어할 곳은 순다르반의 동쪽 지역에 위치한 Harbaria와 서쪽 지역에 위치한 Karamjal 등 크게 2 곳. 배로 약 2시간 운행하면 제법 먼 Harbaria에 내린다. 안쪽 정글에 들어가기 전 통과 의례는 정부 허가증을 받아 암가드(Armed Guard)를 만나는 것. 


갠지스강 어귀에 형성된 순다르반 삼각주는 복잡하게 형성되어 있는 조수 물갈, 갯벌, 그리고 맹그로브 숲이 형성된 작은 섬들이 동서 쪽으로 갈라진 지역이다. 이 곳에는 다양한 식물은 물론 가장 유명한 로열벵골 호랑이를 비롯하여, 원숭이, 악어, 킹코브라, 사슴, 수많은 조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 곳에 가서 실제 로열뱅골 호랑이를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거의 희박하다고 보면 된다. 현지 배를 운영하는 주민들 조차도 평생에 1~2번 볼까 말까한 정도. 순다르반에는 약 440여 종의 벵골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원숭이, 사슴, 게 등 조류나 밀림지역에 서식하는 동물 종은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가끔 악어는 순다르반뿐만 아니라 현지인들 마을의 연못에 곳곳이 있다고 하지만 순다르반에 보고된 개체수는 150 ~ 200 종 정도이다. 


아침 9시경 도착하여 암가드와 함께 정글 숲으로 들어간다. 생애 처음으로 정글을 탐험하다니 속으로는 설레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Harbaria는 아직 상대적으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라 조용하지만 더욱 정글스러웠다. 악어 종이지만 다른 파충류 과에 속하는 동물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정글 숲에서는 조용히 걸으며 숲 속 깊숙히 관찰해야 하며, 새들이나 다른 발자국 소리 등 귀를 잘 기울이면 더 많이 보일 수 있다. 약 1시간 정도의 긴장 속에서 무사히 탐험을 마치고 다시 배에 오른다.



다음 향하는 곳은 순다르반 서쪽 지역에서 마을과 가까운 곳에 형성된 Karamjal로 향한다. 여기에서는 별도의 암가드가 필요 없다. 그래서 보통 하루에 상대적으로 가깝고 싸기 때문에 이 곳을 찾는 여행객들을 꽤 볼 수 있다. 그토록 수도 다카에서는 찾지 못했던 외국인들을 이 곳에서 몇 명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Harbaria 정글에 비해서는 긴장감이 떨어져서 그런지 원숭이들이 많다는 것 외에 조금 시시한 느낌이 든다. 악어와 사슴들은 별도 우리에 가두어 관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발걸음을 빨리 재촉하고 말았다. 밀림 근처에 형성된 마을을 찾아서...



# 자연 속에서 방글라데시 사람을 만나다


순다르반 정글과 숲속 탐험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배를 타고 근처 섬에 사는 방글라데시 사람들을 만나러 갔다. 방글라데시 어디서든 외국인을 반기며 ‘Which country~?’, ‘Hello’, ‘What’s your name?” 등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볼거리를 찾아 카메라 셔터를 찍으러 가는 나를 유명인 취하듯 함께 사진 찍고 싶어하는 이들도 꽤 있다. 특히, 수줍어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열린 마음을 확인할 때는 기분이 참 좋다. 길을 걷다가 목이 마르기도 하였고 코코넛 열매 맛을 보여주겠다며, 나무에서 직접 딴 열매와 달콤한 소스를 함께 건네어 주는 할머니 가족들을 만났을 때는 한국에 있는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동행한 가이드 덕분에 안전하면서도 유익하고 친근하게 마을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서로 친해졌지만 선뜻 오늘 밤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흔쾌히 동행하기로 하였다. 현지인의 집에서 거주하기는 이번이 처음.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몰려든다. 가방을 내려놓고 그의 가족들에게 인사를 드린 후 몰려든 동네 아이들과 팬미팅을 치룬다. 동네 청년, 아주머니, 아저씨, 할머니 등 거의 모든 주민들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함께 시장에도 들려 먹을거리를 사고 새우, 감자, 고추 등 매콤하고 푸짐한 저녁상을 얻어먹어 배부른데도 더 먹어야 하는 행복한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방글라데시의 밤. 인도 콜카타도 그랬지만, 방글라데시 시골 밤에 정전은 언제나 있는 듯 하다.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휴대폰마냥 손전등을 가지고 다니며 밤 늦도록 옹기종기 서로 모여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장난을 치기 좋아하고 조금 가난해도 혼자가 아닌 끈끈한 공동체의 무슬림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간다. 시골 밤하늘에 펼쳐진 별들이 화려하게 수놓인 모습에 넋을 놓이다가 정성스레 마련된 침실에서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