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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막 아프리카/이집트

스쿠버다이빙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 다합으로 가다

# 다합으로 선회한 이유


수단과 에티오피아 비자를 받고 수단으로 내려가기 전날 밤 계획을 완전 수정해버렸다. 아스완에서 다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룩소르에서 야간버스를 타거나 카이로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이 있다. 비행기도 있지만 하루 전날에 알아봐도 가격이 싸지 않아 일치감치 포기하였고 나는 카이로까지 기차로 가서 다음날 새벽에 버스를 타고 가기로 결정하였다. 


카이로에서 2등석 기준 130 이집션 파운드로 저녁 6시 기차에 올라탔다. 룩소르를 지나 카이로에 도착한 시간은 약 새벽 6시 즈음. 여기에서 도보로 10분 걸어가면 버스터미널(Gateway)가 나타난다. 110 파운드에 다합으로 가는 8시 버스를 타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시나이반도를 돌아 다합에 오후 4시 경 도착하였다. 



아스완에서 카이로까지 12시간, 다시 카이로에서 시나이 반도를 지나 다합까지 8시간 등 총 20시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2등석 기차에서 틈틈히 눈도 붙이기도 하였지만, 버스를 타고 시나이 반도를 지날 때는 중간 중간에 놓여진 초소에서 군인들의 엄격한 검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시나이 반도를 지날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시나이 반도는 지중해와 홍해 사이의 삼각형 모양의 반도를 말한다. 성경에서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곳으로 유명한 시나이 산이 있어 기독교의 성지 순례 코스 중 하나로도 한국 개신교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정작 문제는 21세기 현재 시나이 반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자행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데에 있다.



최근 사례를 보자면, 2014년 2월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버스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여 외교부는 여행제한 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들은 기독교 성지 순례를 위한 것인지, 관광 코스로 지나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여행 차원에서 이집트에서 요르단, 이스라엘 국경을 육로로 넘어가기 위해서 시나이 반도는 중심에 있다.


이렇게 아프리카를 코앞에 두고 다시 돌아온 배경은 요르단 페트라가 마음에 걸렸고 다이빙이라는 도전 자체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집트 여행 정보를 알아볼 때 다합의 다이빙 환경과 가격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었음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관심이 없어 지나쳤던 곳. 이집트에서 다이빙이 유명한 곳은 다합 말고도 후루가다, 샴엘쉐이크 등 많이 있다. 


카이로에서 다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수에즈 운하를 지나 서쪽 해안선을 따라 삼엘쉐이크를 경유한다. 삼엘쉐이크는 후루가다와 마찬가지로 공항이 있어 항공 이동이 가능하다. 만일 항공을 이용하는 경우 공항에서 다합까지 택시로 갈 수 있다. 다합행 버스를 타면 삼엘쉐이크에서 다합까지 해안선을 따라 3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게 된다.




이집트에서 요르단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다합 위쪽에 위치한 타바(Taba)까지 이동하면 된다. 다합 건너편에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눈으로 보인다. 이처럼, 스쿠버 다이빙으로 유명한 다합은 지리적으로도 테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며, 주변 국가로 넘어가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다이빙에 다시 관심을 가졌을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금 다이빙에 도전하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다이빙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지구 별의 70% 이상은 바다고, 바다 아래를 체험한다는 상상만으로도 흥분하기 충분하다. 아프리카를 포기하고 다합으로 거슬러 온 이유는 이런 상상만으로 마음이 그리 향했기 때문이다.


# 다이빙 자격증, NAUI/PADI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격증이 필요하다. 자격증 없이 체험다이빙을 통해 미리 경험할 수도 있지만 자기가 원하는 지역(사이트)에서 다이빙을 하려면 PADI, NAUI 등과 같은 자격증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도 최소 기초/고급(Open / Advanced) 자격증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에서 펀다이빙을 할 수 있다. 


PADI(Professional Association of Diving Instructors)와 NAUI(National Association of Underwater Instructors)는 다이빙에 필요한 자격증을 발급하는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기관이다. 쉽게 말해 다이빙을 하기 위한 면허증을 발급해주는 곳으로 실제 다이빙을 하는데는 브랜드만 다를 뿐 어느 기관이든 상관이 없다. 




PADI, NAUI 외에도 스쿠버 다이빙을 발급해주는 여러 기관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두 개의 자격증 중 무엇을 따야 할까? 기본적으로 스쿠버 자격증으로서의 범위를 따져봐야 한다. 즉, 전 세계 공식적인 스쿠버 다이빙 싸이트에서 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면허증으로서 인정이 되는가? PADI, NAUI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따져야 할 것이 가격. PADI에서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경우 교재 구입을 의무화하여 고급(Advanced) 과정까지 따는 경우 비용은 NAUI와 비슷하지만 교재비로 50$ 이상은 추가로 필요하다. 짐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나 경제적인 비용을 고려하여 나는 NAUI를 선택했다.


이집트에서 한국인이 다이빙 교육을 받을 때 한국어 교재나 한국어 강사가 있는 지역이 단연 편할 수 있다. 한국인 다이빙 강사는 후루가다에 한 곳 있고, 다합에는 두 곳이 있다. 아스완에서 가까운 곳은 후루가다였지만, 요르단을 넘어가기 위해 다합을 선택했고 다합에 도착해서 한국인 강사가 있는 두 곳을 모두 알아보았다. 


참고로 후루가다와 다합의 가격수준은 거의 비슷하지만 환경이 조금 다르다. 후루가다에서 다이빙을 하는 경우 보트를 타고 홍해 한가운데에서 다이빙을 하는 반면, 다합에서는 해변에서 바로 들어가는 정도. 하지만 실제 차이는 입수 방식에 있는게 아니라 사이트(수중 환경)가 다름에 있다. 예를 들어, 다합에는 유네스코에도 지정된 블루홀(Blue-hole)이 있다.



# 다합 내 한국인 캠프 두 곳


다합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Light-house라 불리는 곳까지 택시로 10 파운드에 도착했다. 과거에 등대가 있어 light-house라고도 불리는데 현재는 그 동네를 일컬는다. 또한, light-house는 다합의 사이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변은 온통 다이버 캠프와 레스토랑, 다이빙 센터 등이 널려 있다. 


다합은 숙소, 음식 비용 등이 이집트의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장기 여행자들이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도착한 첫날 밤 먼저 찾아가려 했던 숙소(따조 ddajo) 안에는 그렇게 장기 여행자들 또는 다이빙을 위해 온 한국인들로 꽉 차 있었다. 마치 자기 집인 마냥 그들은 오랫동안 편히 이 곳에 머물렀음이 느껴졌다. 


이런 광경이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들은 편하게 있으라고 나를 배려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하루만 머물고 다음날부터 또 다른 한국인 강사가 있는 캠프(다블다)로 이동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따조에는 나처럼 자격증을 따려는 초보 다이버는 없었고, 다블다에는 마침 내일 한 명이 자격증을 따러 온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다블다는 따조를 찾아가기 전 거리에서 먼저 발견한 캠프로 내부에 들어가보니 이집션 관리자가 한국인 강사를 전화로 연결시켜주어 그렇게 정보를 알아냈었다. 다합에 도착한 첫 날 따조에 머물렀고 그들이 함께 돈을 모아 만든 저녁을 얻어 먹으며 그들의 여행담도 재밌게 들으면서 쉬었다. 그래선지 다른 캠프로 가는게 마음이 많이 쓰이기도 했다.


이제 앞으로 4박 5일간 다이빙 훈련을 했던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서 하기로 한다. 여행 정보 검색으로서의 내용들은 현재 글에 대부분 담겨져 있다. 실제 훈련을 받는 과정은 어쩌면 각 개인의 관심, 스킬, 컨디션 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안전하게 소화한다고 한다. 이제 내 서랍 속 다이어리를 끄집어 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