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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아시아/방글라데시

5. (마지막 편) 세계행복1위 지수를 버려라!

# 바게르하트, 모스크 유적을 찾아 나서다 


오늘은 몽글라에서 북쪽, 쿨나에서 동쪽에 위치한 바게르하트(Bagerhat)로 이동한다. 다카에서 모두 볼 수 없었던 모스크 유적이 몰려 있어 천천히 구경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 바로 보이는 호텔에 배낭을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모스크 유적을 찾아 나선다. 여행 도중 중간에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모습도 자연스레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리게 되었다.



본래 초기 문명은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을 받았지만 1000년 경 이슬람인들이 벵골 지역을 침략하여 왕권을 빼앗고 이슬람교로 개종시킨 이후 벵골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종교로 자리잡게 되었다. 16세기 무렵 무굴제국에 편입된 이후로 벵골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형성된 모스크가 약 500년이 지난 이후 바게르하트 지역에 많이 몰려 있다. 


제법 규모가 큰 모스크도 1돔의 구조를 지닌 모스크를 확장하여 건축된 것으로 보인다. 메인 모스크 설립자의 무덤이 단단한 금속 사각 탑에 현재까지도 모셔진 부분은 다른 모스크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부분이다. 창을 통해 햇빛이 제한적으로 들어오지만 안에서는 서늘할 정도로 기온과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메인 모스크 및 다른 오래된 모스크들과 달리 그랜드 모스크 및 박물관 관람을 위해서 외국인은 200Tk 입장료를 받는다. 박물관에는 해당 지역에 출현된 수공예품과 모스크 초기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지만 조금 시시한 느낌은 있다. 하지만 아름다운 꽃들이 수놓은 정원과 뒷편에 형성된 연못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룬 그랜드 모스크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여 볼만하다. 


# 다시 쿨나로 돌아와서 베나풀 국경지대로 향하다


모스크 여행 이후 몸이 살짝 고장난 듯 하였다. 때아닌 여름 감기도 걸려 한국에서 공수해온 비상약도 먹어 보았지만 헛수고. 바게르하트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마친 뒤 쿨나행 버스를 타고 몽글라에 가기 위해 들렸던 쿨나에 도착했다. 쿨나 지역은 지방의 꽤 세련된 도시로 보여진다.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한 시설 좋은 호텔들도 있고, 병원과 학교 등 주요 시설도 곳곳에 자리잡은 모양이다. 


근처 병원에 들려 드레싱 약품을 추가로 구입하는 김에 감기약도 처방받고 왔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치고 드레싱을 새로 한다. 그리고 감기와 모기 등 2기와 싸워가며 글을 써 내려간다. 글쓰기를 마치자마자 휴식을 취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베나풀(Benapole)에 가서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어 인도 콜카타로 돌아간다. 콜카타 볼거리는 방글라데시 방문 이전 충분히 취했으니 미리 예약해 놓은 기차표를 여행사로부터 받아 당일 밤에 바로 다른 지방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 방글라데시 여행을 마치며..


방글라데시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저 세계 최빈국이자 세계행복지수 1위의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던 미지의 나라. 아무 정보도 없이 육로로 들어가서 처음에는 인도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결국 9일간 수도 다카를 시작으로 순다르반 정글 숲, 모스크 유적, 현지인들의 삶 속으로 여행을 잘 끝마치고 온 점에 참 감사할 뿐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살면서 끊이지 않는 이 물음 속에서 우리네도 살아간다. 행복의 기준을 나라별로 순위를 매겨 영국이나 미국 대학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가장 행복하다고 나온다. 개인적으로 여행하면서 이 곳 사람들이 가난하지만 선하고 순수하게 더불어 사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방글라데시는 세계행복1위라는 지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 늘 행복할 수가 없다. 힌두 카스트 제도가 남아 있어 가난한 이들은 문맹률이 높고 더욱 대우를 받지 못한다. 밤에 정전이 되어 불편을 겪는 지역은 시골일수록 심하며, 도시는 교통체증으로 매일 몸살을 앓고 있다. 도로라고는 2차선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빈약한 상태에서 릭샤와 자전거, 오토바이, 트럭, 자동차 등이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다. 선거철에는 파업이나 시위 등으로 치안 문제도 간혹 발생한다. 특히, 폭우라도 내리면 골목길은 바로 물에 잠겨버려 쓰레기와 진흙 더미 속에 불편을 겪으며 지난다. 위생이 좋을 수가 없는 환경 속에서 폭우라도 내리면 대책없이 울어야 하는 그들을 바라볼수밖에 없기에 이방인의 시선이 어쩔 수 없이 썩어 빠진 정부로 향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행복을 누릴 기본적인 권리를 찾기 위해 국가의 역할과 존재 의미가 있지 않을까? 지금도 수도 다카의 신도심(Modern dhaka)에서는 값비싼 부동산 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당장 도로 정비나 홍수 대책, 전기 보급 등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기본적인 노력조차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체 외국 원조를 받는 정부 입장에서는 세계행복1위라는 지수를 방패 삼아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 않을까? 


주제 넘게 이방인이 몇 일 여행한 나라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는 걸 나 역시 골치아프니 원치 않는다. 한국도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지금도 멀리 역주행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남의 나라에 참견하다니 말이다. 적어도 여행객 입장에서도 사람들은 친근하게 이방인을 맞이하지만 방글라데시 국가는 아직까지 친근하게 관광을 개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종합하자면 그래서 방글라데시는 기회가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가난한 시절 모두가 행복했던 사람들도 자본이 유입되어 부의 규모와 성장속도가 커지고 빠를수록 지금처럼 순수하게 더불어 살 수 있을까? 한국처럼 돈을 많이 벌어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그들에게도 좀 더 깨끗하고 국민 경제가 성장하여 부유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슈퍼마켓 작은 텔레비젼 앞에 모두들 모여 크리켓 경기와 WWE 등을 시청하며 더불어 사는 그들이 느낀 행복, 늦은 밤 전기가 나가도 옹기종기 동네 어귀에 수다가 끊이지 않는 행복, 아이와 어른, 청년 누구 할 거 없이 먼저 장난치고 깔깔대며 웃는 행복, 더위에도 시원한 그늘 아래 따듯한 차를 마시며 여유를 느끼는 행복들이 지금처럼 어떤 형식으로든 깨어지길 바라지 않기를 바란다. 그동안 이방인을 따듯하게 맞이해 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여, 매우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