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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아시아/인도

보드가야, 부다가 깨달음을 얻은 4대 성지로 가다

인도 웨스트벵갈 주 콜카타에서 바로 비하르 주 보드가야로 이동


# 콜카타로 이동 


인도 콜카타에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로 이동할 때는 사설 여행 버스를 이용하여 편하게 이동한 반면 반대로 쿨나에서 인도 콜카타로 이동할 때는 시내 버스를 이용하니 현지인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체험하는 부분은 있지만 불편하긴 하다. 그래도 불가능한 육로 이동은 없었다. 국경지대 베나풀(Benapole)까지 시내 버스를 잡았지만 중간에 릭샤를 타고 다른 버스 스탠드에서 갈아타야만 했다. 무더위에 흐르는 땀이 절이고 피곤에 지쳐 잠이 들법 하다가 결국 오후 5시경 출입국 사무소에 도착.


방글라데시 돈이 100Tk 정도 남았다. 망고쥬스와 물을 사고 나니정확하게 떨어졌다. 그렇게 출입국사무소에 무사히 통과하나 했더니 방글라데시 직원들이 또 나를 잡고 2층 경찰 간부로 소환시킨다. “Do you have no ocupation in Korea?”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하여 여기까지 온 스토리를 이야기해도 같은 질문만 돌아온다. 화가 났다. 2층 간부실에 올라가서 단단히 따졌다. 왜 내가 또 다시 사무실에 들어가야 하느냐? 무엇이 문제냐? 간부 앞에서 언성을 높이는 내 행동에 당황들 하셨지만 내가 입국한 도장을 확인하고 나서 문제 없다는 다소 허망한 대답을 듣고 이제 방글라데시를 나가..


려는데.. 또 발목이 잡힌다. 세금을 내야 한단다. 400Tk. 남은 100Tk 까지 다 써버린게 문제가 아니라 근처 ATM이 없었다. 환전소가 한군데 있다고 하여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냥 인도 화폐(Rs)로 받으면 편할텐데 그게 안되니 또 트러블이 생긴다. 내 맵에 있는 환율계산기보다 높게 나와 영수증을 요구했는데 없덴다. 그래서 지금 환율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물론 내 언성이 나긋하고 다정다감하지 않았다. 하지만 환전소 달랑 한명 있는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돈을 다시 돌려주며 가라고 한다. 같이 따라온 직원이 말린 끝에 결국 영수증 없이 환전을 받았지만 나는 끝까지 나가며 ‘환율을 물어본게 무슨 문제 있느냐?’며 언성을 높이게 되었다. 나도 좀 지친 탓일까? 



콜카타에 도착해서 밤에 여행사를 통해 예약한 기차를 타려면 기차표를 여행사에서 받아가야 한다. 기차는 밤 11시 출발이지만 여행사가 이전에 닫아버리면 기차도 놓치고 일정도 완전 꼬이게 된다. 시간이 지체된 탓에 초조한 마음으로 인도 출입국사무소까지 통과하고 이제 콜카타로 가는 버스를 알아봤는데 없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릭샤를 타고 근처 기차역까지 가서 기차를 타는 방법을 알려준다. 인도 기차역에 5시 반 경 도착하여 한 시간 후에 출발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기차는 버스보다 빠르고 훨씬 쌌다. 


그렇게 두 시간 후 시알다 역에 도착하고 택시를 타고 여행사가 있는 Marquis St.로 이동. 택시 요금은 약 135 Rs 나와 500 Rs를 주었더니 거스름돈 없다며 300 Rs만 준다. 배 째라는 이 영감탱이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지만 참 화가 나는 오늘이었다. 그렇게 9시 경 여행사에 가서 기차표를 받고 늦은 저녁과 짜이로 한숨을 돌린다. 이제 다시 택시를 타고 시알다 역으로 이동한다. 


# 보드가야로 이동 


인도의 두 번째 행선지는 비하르 주의 가야 정션(Gaya JN)역. 근처 부다가 깨달음을 얻은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보드가야, 인도 최초의 대제국인 마우리아 왕조를 이은 굽타왕조의 수도였지만 이슬람 세력의 침입으로 11세기 이후 퇴락한 도시 중 하나인 파트나(Patna), 불교 8대 성지 중 하나로 국왕 빔비사라가 부다에게 수행을 포기하고 자신의 왕국을 나눠 다스리자는 제안을 하지만 거절한 일화가 있는 라즈기르(Rajgir) 등이 있다. 


바라나시로 가기 전 들려볼만한 곳으로 생각하여 미리 예약을 하였다. 시알다 역은 제법 큰 편으로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인도에서 기차를 탈 때 알아야 하는 것은 행선지, 좌석, 시간 뿐만 아니라 기차 고유번호와 플랫폼 번호이다. 출발하기 전 여유있게 도착하여 Enquiry 부스에서 기차 연착여부, 플랫폼 번호를 다시 확인한다. 출발 20분 전 플랫폼 번호 좌석 객실 근처로 가서 탑승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지 확인. 이제 좌석에 올라타서 배낭을 걸어잠그고 나면 슬리핑 트레인의 여정 시작. 


인도 기차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정차할 때 안내 방송이 없다. 따라서, 나와 같이 도중에 내려야 한다면 예정 시간에 맞춰 알아서 준비하고 내려야 한다. 오프라인 맵으로 위치를 확인하면 더욱 좋다. 내 좌석에 내가 앉는다 하더라도 방심하지 말 것. 인도인 몇몇은 그래도 앉으려 한다. 자기 영역은 자기가 지킬 수밖에. 창문 넘어 풍경을 지친 눈으로 바라본다. 


1~2시간 정도 잤나? 그래도 첫 기차 타기에 짐을 무사히 사수(?)하였다. 새벽 6시 20분. 드디어 도착! 그러면 다음 행선지로 이동? 아니다. 다음 행선지에 대한 기차표를 예약해야 한다. 인도 기차표는 6개월 전부터 티켓이 오픈되어 예매가 가능하다. 즉, 주요 노선인 경우 바로 매진이 되어 3~4일 전에는 미리 예매를 해놓는게 좋다. 티켓 예매소가 열리는 시간은 오전 8시. 아직 1시간 30여분 정도 남았다. 대기실에 앉아 졸린 눈과 사투를 벌인다. 그렇게 8시 넘어서 직원들이 창구를 개방하면 대기실에 미리 기다린 사람들과의 전쟁 시작. 



간신히 기차표 예매 신청서를 받았는데 문제는 다음 행선지에 대한 기차 고유번호와 이름, 날짜를 적어야 가능하다는 점.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우여곡절 끝에 기차표 예매에 성공. 3시간 만의 값진 성과이다. 그 동안 참았던 갈증을 물로 씻어 버리며 다소 가벼운 발걸음으로 나온다. 


보드가야는 가야역에서 약 12km 떨어진 곳에 있다. 가는 방법 중 편한 것은 오토 릭샤 왈라와 교섭하는 건데 기차표 예매할 때부터 나를 애심초사 끈질기게 기다린 왈라를 선택. 그냥 피곤해서 더 생각하기 싫어 그랬지만 어찌됐든 보드가야로 이동하여 숙소 먼저 잡는다. 가격이 너무 쎘지만 그냥 선택. 빨리 씻고 밥을 먹고 싶은 생각 뿐. 


# 부다가 깨달음을 얻은 곳, 보드가야 


석가족 출신의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도시로 유명한 보드가야. 불교 4대 성지의 하나로 손꼽히지만 10세기 이후 불교가 힘을 잃으며 힌두교에 편입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영국 식민지 정부와 스리랑카 정부의 노력으로 현재 불교 최고의 성지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이 마을에서는 힌두 신보다는 부처상이 보다 쉽게 발견된다. 


가장 먼저 가본 곳은 부다가 깨달음을 얻은 자리에 세운 마하보디 사원(Mahabodi Temple). 마우리아 왕조 아소카 대왕이 부다가 깨달음을 얻은 지 250년이 지나 건립했다고 전해진다. 세계문화유산답게 고귀하면서도 존경스러움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마하보디 사원 뒷편에 자리잡은 보리수 나무 아래 경건하게 앉아 조용히 바람이 가로질러 잎사귀들을 흔들거리게 하는 소리의 향연을 느낀다. 입장할 때 핸드폰과 사진기는 따로 맡겨야 한다. 검문을 철저히 하는 편으로 보이는데도 디카를 몰래 찍는 관광객도 보인다. 


마하보디 사원 주변으로 태국, 일본, 티벳, 방글라데시 등 주변국에서 설립한 사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불교 성지답게 식당이나 거리 모두 부다의 이름이나 초상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힌두교는 물론 무슬림 학교도 공생하고 있다. 마하보디 사원으로부터 약 1km 동쪽에 위치한 수자타 마을이 있다. 수자타라는 여성이 부다에게 공양하여 깨달음을 얻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지금까지도 수자타 마을로 불리지만 현실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다음 날. 글을 쓰는 지금은 한국에서 그 분이 서거한 지 6주기 되는 날.

그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한국은 앞으로 남은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나아가고 있는가? 사실을 이야기해도 정치 이야기라고 색깔을 뒤집어쓰고 치부해버릴까봐 말하기도 꺼림칙한 지금. 


부다가 깨달음을 얻은 이 곳에서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채 다음 행선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인도 여행을 와서 이 곳을 보지 못했다면 인도를 보지 못한 것이고, 다른 곳을 보지 못했어도 이 곳을 보았으면 인도를 보았다고 말하는 곳. 바라나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