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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아시아/방글라데시

1. 미지의 나라, 방글라데시로 이동하다

방글라데시 비자를 받다


오후 5시 방글라데시 비자를 받으러 가기 전까지 할 일은 ESPLADE 역을 지나 기차역 방향으로 가서 기차표 예매소를 둘러보고 오는 것. 이전까지는 시끄러운 SUDDER St. 보다는 좀 더 안전한 PARK St. 쪽으로 돌아 다녔었다. 오늘 남은 시간 동안 인도 여행의 관건인 기차표 예매를 둘러보기. 그래서 오전에는 지도를 보며 기차표 행선지를 탐색.


가는 동안 보지 못한 시내와 건물도 보고 투어리즘 센터도 방문하여 물도 얻고 간단한 정보도 얻었다. 그렇게 1시간 30분여 정도 걸어 기차역 예매소에 도착했는데 역시 관건은 여권! 지난 금요일 여권을 방글라데시 영사관에 맡기고 오는 통에 숙소 잡기도 힘들고 기차표 예매 자체가 불가능한 것. 결국 위치 파악에만 만족하고 길을 돌아서서 PARK St.를 지나 영사관까지 걸어갔다. 


오후 5시에 찾아오라고 했지만 4시 10분 경 도착. 하지만 일찍 가봐야 소용이 없었다. 예전 정보에 따르면 당일 12시 이전까지 접수하면 당일 오후 4시에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상황이 바뀐 것 같다. 정확히 5시 넘어서 문을 열어주고 한명씩 호명하며 여권을 나눠준다. 참고로 당일 접수하려면 오전 9시 15분부터 12시 이전까지 비자 서류(사진 포함)와 여권, 돈(1900 Rs)을 준비하면 다음 날 오후 5시에 받을 수 있다.   


내 이름이 언제 불러질까 귀를 쫑끗 세우며 듣기영역 시험을 치루듯 집중을 하였지만 결국 나중에 직접 받게 되었다. 어쨌든 방글라데시 비자도 잘 받고 여권도 무사히 챙겼다. 행복이란 참 별 것 아니다. 라면을 끓여먹을 때 나무 젓가락 하나가 없어도 2개로 부러뜨려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15일 단기 방글라데시 여행비자를 가방에 넣는다.



이제 PARK St.를 지나 SUDDER St. 뒤편 MARQUIS St.에 위치한 사설버스 여행사를 찾아 다음날 새벽 06:30분에 다카로 향하는 버스를 예약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이용한 GREEN LINE 여행사는 인도 콜카타와 방글라데시 다카를 운행하는 버스를 관리하는 곳으로 콜카타에서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까지가 아니라 국경선까지 비용만 지불한다. 그리고 육로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입국하면 다시 국경에서 수도 다카로 운행하는 동일 버스를 현지 통화(Tk, 타카)로 결제하면 된다.


버스 예약은 완료하고 옆에 위치한 여행사를 찾아 기차표 예매를 시도한다. 인도에서 기차표를 예매하는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직접 가서 예매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여행사 대행 예매. 아직 타 보지 않았지만 인도에서 기차표는 매일 예매 가능하지만 당일에 바로 운행하는 기차편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3~4일 정도 후에 운행하는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기에 앞으로 인도 여행을 위해서는 기차표를 미리 예매해 두는 것이 좋다. 나로서는 콜카타에서 볼거리는 충분히 즐겼기에 더 있을 시간과 여유가 없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여행사 대행 예매를 시도. 장점은 기차역에 가서 예매하는 것은 오후 5시까지라 시간을 잘 맞춰야 하기에 나와 같은 입장에선 미리 쉽게 예매가 가능하단 것이고 단점은 그만큼 딱깔로 불리는 수수료를 여행사에 지불해야 하는 것.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미리 예매하는게 백번 옳다고 판단. 


기차표 예매 선불로 200 Rs만 지불하고 이제 콜카타 일정을 거의 마무리한 셈. 차이니즈 식당에 가서 수프를 먹고 치킨 롤로 마무리. 아니 짜이로 마무리. 숙소에 들어가 씻고 평소보다 일찍 잠을 청하지만 피곤할 법도 한데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자고 나면 방글라데시로 향한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아차. 최소 지도 맵은 다운받아 놓고 겨우 잠이 들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로 이동하다


다음 날 새벽 5시 40분에 체크아웃을 하고 나왔다. 거리 바깥에는 잠을 자고 있는 인도인들이 많이 있다. 평소보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여행사 앞에 도착. 짐을 싣고 짜이를 마시고 자리에 올라탄다. 콜카타를 넘어 국경선까지는 약 3시간 걸린다. 다시 짐을 내리고 약간 기다렸다가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경선을 넘는다. 다른 과정은 무난하게 잘 통과했는데 마지막 방글라데시 입국 사무소에서 심사 직원도 아닌 입국 사무소 경찰이 나를 잡고 몇 가지를 질문하더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2층에 올라가 경찰 간부로 보이는 사람 앞에 세워 놓고 인터뷰를 받게 한다. 


“이 빈약한 나라에 왜 왔느냐?” 

“빈약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가 궁금하여 잠시 들렸습니다.” 


무언가 깨름칙하였지만 결국 무사하게 통과. 이제 다카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버스가 정지한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창밖을 보니 짐칸 속 몇가지 짐을 풀어 군인들이 세관심사(?)를 하는 것. 이런 행위를 출입국 사무소에서 하지 않고 군인들이 거리에서 별도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부패가 심해 보인다는 반증. 2~3명의 짐들이 압류 당하고 1시간 후에서야 다시 출발. 콜카타와 방글라데시 풍경은 새삼 달라 보이지 않지만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길 주변은 온통 시골. 간혹 한국 시골과도 흡사한 느낌도 받는다. 


낯설지만 낯설지 않는 느낌이 든다. 가는 길 도로는 거의 2차선 밖에 없다. 길 양쪽 사이클 릭샤나 자전거, 오토바이를 피해 트럭을 추월하여 운전하는 것을 볼 때마다 피곤하다가도 잠이 번쩍 깬다. 그렇게 아찔한 곡예 속에 배고픔을 이겨가며 피곤에 겨워 눈을 붙인다. 물 500mL 이외엔 먹은게 없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휴게소에 도착. 하지만 정작 먹고 싶은 생각은 없어 햄버거 하나만 사고 다시 버스에 올라탄다. 무사히 도착하는걸 먼저 빌어야 할 정도로 아찔한 곡예 속에 다시 잠이 든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이게 무슨 풍경일까?       



배에 도킹한 채 강을 건너고 있었다. 아니 이미 건너왔다. 간신히 셔터를 누르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렇게 또 이동한다. 시골풍경보다 저 멀리 도심풍경이 서서히 밀려온다. 그런데 아찔한 곡예도 멈추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교통 체증. 지도를 보니 다카 근처로 온 것 같았지만 밤 9시가 넘어도 교통체증은 더하면 더하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10시가 되서야 버스에서 내렸다. 새벽에 출발해서 16시간만에 수도 다카 땅을 밟는다. 여행사에서 인도로 돌아가는 여정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문다. 거리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고 있다. 지도에 그려진 가까운 호텔을 찾아간다. 도로라기 보다는 진흙 모래길이 군데 군데 많이 보인다. 하지만 일단 호텔을 찾는게 우선. 가까운데 가서 가격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 


대신에 내 사정을 알았는지 가격 협상할 수 있는 다른 호텔을 알려준다. 사이클 릭샤를 타고 10분여 정도 이동한 끝에 도착. 허름한 호텔일 줄 알았는데 약 20층 높이의 거대한 호텔. 일단 들어가서 가격 협상을 벌인다. 거의 12시가 다 되어 가서야 서로 만족한 가격에 딜을 합의.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여행다니며 처음으로 호텔을 이용한 셈. 그리고 내부는 고급 호텔 수준이었다. 이것을 한국 돈으로 1만 5천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했으니 일단 만족. 근처 식당에서 베지터블 라이스를 먹고 돌아왔다. 다음 날 현지 여행사나 다른 숙소를 알아볼 생각에 약간 걱정이 앞서지만 피곤함에 바로 꿀잠을 이룬다. 하지만 이 걱정이 다음 날 끔직한 현실로 다가올 지는 아직 예상하지 못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