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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막 아시아/인도

2. 깔리 가트 사원에서 한결 안정을 찾는다

어버이날, 깔리 가트 힌두 사원을 찾아가다


다음 날 아침 그래도 잤다고 조금 컨디션이 돌아왔다. 이제 어떻게 일정을 짤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 숙소를 나오기로 했다. 무거워도 배낭을 짊어지고 먼저 일을 보고 다른 숙소를 찾고 싶었다. 내 일정은 방글라데시 대사관에 비자를 받으러 가는 것이다. 10시에 출발하여 물어서 길을 가려다가 포기했다. 이 사람 말과 저 사람 말이 다르다. 누구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오프라인 맵에도 나오지 않아 결국 택시를 타려는데 인력거 상인이 다가왔다. 


인도 교통수단은 비행기, 기차, 택시, 트램, 오토 릭샤, 사이클 릭샤, 오토바이, 인력거 등 참 다양하다. 특히, 인력거는 말 그대로 사람이 직접 손으로 끌어 발로 걸어 이동하는 극한의 직업이다. 그래서 지켜보는것 만으로도 안타깝지만 인도에서는 일상적인 문화로 그들을 도와주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하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막상 올라타니 무거운 배낭을 더하여 매우 무거울테니 조금이라도 오르막이 나오면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길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았다. 결국 돌고 돌아 대사관 앞에 도착은 했는데 처음에 제시한 가격의 두배를 말한다. 원래 팁을 주려고 했지만 차라리 택시를 이용하는게 제일 나을 뻔하지 않았을까 결과적으로 후회는 했다.    



12시에 마감하는 건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11시 반에 대사관 앞에 도착했다. 신청서를 작성하고 어제 숙소에 제출하려고 준비해둔 여권 사본, 한국에서 준비해 온 여권 사진 등 다행스럽게도 12시 직전에 마지막으로 접수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당일 오후 4시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음 주 월요일 오후 5시에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아! 오늘이 하필 금요일이라 그런지 결국 본의 아니게 콜카타에 며칠 더 묵어야만 했다. 


오프라인 맵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나섰다. 중간 중간 더위와 갈증에 시달려 시원한 물을 마시며 쉬기도 하였다. 그런데 정작 도착해보니 서더스트리트 근처였다. 어제 고생한 탓에 서더스트리트 내 숙소 정보는 거의 꿰뚫고 있었기에 어제보다 조금 비싸고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낡은 호텔이지만 화장실과 샤워실이 숙소 내에 있어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또 문제가 발생! 여권을 대사관에 맡기고 온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직원들은 여권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 다른 곳을 헤매어봤자 서더 스트리트 근처라 가격과 시설 대비 마음에 두는 곳이라 사정 사정 말하지만 겉으로는 이해한다면서도 이럴 때는 정작 말이 안통한다. 결국 Gmail을 열어 여권 사진을 보여주며 사본과 함께 스캔하여 직원 컴퓨터에 저장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어제 보다는 그래도 조금 적응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진이 다 빠졌다. 


인도는 특히 물이 귀한 나라이다. 다시 차가운 물을 사서 마시고 간단히 세수하고 나갈 채비를 마치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천천히 서더스트리트 끝에 위치한 ‘인디언 뮤지엄’을 찾아가는 도중 길거리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다. 인도 길거리 음식은 상당히 싸면서도 맛이 괜찮은 편이다. 오늘 아침부터 저녁까지 메뉴는 모두 길거리 음식이었는데 가격도 쌌지만 정말 맛있었다. 


천천히 ‘인디언 뮤지엄’을 찾아갔는데 오후 4시가 넘어 닫혔다. 어차피 주말 내내 시간 많기에 급하지 않았다. 담배를 태우며    인도 콜라 음료를 들고 목을 축인다. 맛이 어떨까 궁금했는데 괜찮았다. 또 목이 말라 물을 사들었다. 그렇게 그늘에 앉아 잠시 쉼을 갖으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오늘은 어버이날! 지금 이 시각 한국은 이미 저녁 8시에 가까울 때였다. 더 늦기 전 직접 전화를 드렸는데 다행히 받으셨다. 인도 여행이 시작부터 만만치 않아서일까? 속으로 더욱 울컥거렸지만 애써 참았다. 


이제 천천히 주위를 걷는다.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적소리도 조금 적응이 되었는지 어제보단 한결 여유로웠다. 근처 지하철 역에 내려가서 역 정보를 스캔한다. 그리고 오늘의 목적지는 칼리가트 역에 위치한 ‘칼리가트’ 사원으로 정했다. 깔리 가트에 있는 벽돌에 희반죽을 바른 전형적인 벵갈식 사원 양식을 띈 사원이다. 꼴까따의 수호 여신 깔리를 모신다. 한 손에 낫과 사람의 머리를 들고 있는 깔리는 파괴의 신 시바(Shiva)의 아내로, 해골로 만든 목걸이를 두르고 사람의 팔로 만든 치마를 입고 있다. 매일 아침마다 염소를 산 제물을 바쳐 가난한 이들과 함께 음식을 나눈다고 한다. 


신발과 모자를 벗고 현지인이 알려주는 대로 꽃을 들고 사원으로 들어가 내 이름부터 가족들 이름 하나 하나 부르며 행복과 안녕을 위해 깔리 신에게 기도를 드린다. 인도는 힌두교가 80% 이상으로 힌두 신들의 초상화나 조각, 공예품 등을 지하철이나 길거리 등 여러 공공장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힌두 신들이 있는 곳 어디서든 인도인들은 경건하게 기도를 드린다.       



사원을 나와 천천히 길을 다시 걷는다. 확실히 어제보단 여유가 생겼다. 인도인들 대부분은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인사를 잘 해준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 호의를 베푸는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 깔리 가트 역에 돌아와 그대로 가기는 아쉬워 반대쪽으로 다시 천천히 걷는다. 걷다보니 이름 모를 사원이 보인다. 들어가서 조용히 감상하고 나왔다. 그렇게 돌아다니며 점찍어 둔 카티 치킨 롤을 먹었다. 그리고 마무리는 역시 물!


오늘 마신 물만 해도 (콜라 포함) 3리터는 넘었을 것이다. 평소보다 오랜만에 걸었지만 괜찮았다. 이제 서더스트리트 주변은 빠삭해졌다. 주말에는 콜카타의 다른 볼거리들을 천천히 찾아 나설 것이다. 숙소에 돌아와 드디어 씼었다. 행복했다. 가끔 정전이 되긴 하지만 다행히 바로 복구가 된다. 오늘도 길었던 하루였지만 어제보다 더 편안히 잠을 청할 수 있을 것 같다.